정주리 2011. 3. 13. 04:35



 
나무의꿈-수니
 
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
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
 
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
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

바람이 긴 머리 클어 놓아도
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

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
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

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
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

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
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

밤하늘을 보여주고
북두칠성 고래별 자리

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
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

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
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

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
함께 살고 싶었지

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
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

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
기다리고 있었지

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 
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
 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 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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